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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Study

매일 어플을 쓰고 싶게 만드는 마이크로카피(microcopy)의 힘.

01. 마이크로카피

고객을 사로잡는 모바일 서비스나 앱에는 쉬운 사용성, 아름다운 인터페이스, 재미 요소 등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 그 중에서도 서비스에 쓰인 '문구'는 사람과 인터페이스 사이의 교감을 형성하고, 나아가 행동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마이크로카피(microcopy)란 앱이나 모바일 서비스 버튼이나 팝업창에서 쓰인 문구를 뜻한다. 이런 마이크로카피의 문자 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UX 라이팅(UX writing)이라 하고,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을 UX 라이터(UX writer)라고 한다.

 

마이크로카피는 곧 앱의 '페르소나'다. 마이크로카피는 사람이 기계로부터 느끼는 이질감을 줄여 주고, 딱딱한 로봇 같은 관계를 인간적이며 개인적인 경험으로 변화시킨다. 이는 <마이크로카피>의 저자 킨너렛 이프라가 한 말로, 일방적인 정보 전달을 위한 마이크로카피가 아닌 대화형 마이크로카피는 글자에 정서와 질감을 만들어 사용자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앱을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고 안정감을 형성한다.

02. 기업에서 요구하는 UX 라이터의 역량

카피라이터 UX 라이터
이목을 끌기 위한 문장 간단 명료하게 설명
판매 지향의 제품 지향의
마케팅과 함께 디자이너와 함께
스토리텔링 유저와 대화하듯
혼자서도 일 할 수 있는 함께 일하는

UX 라이터에게 기업은'정확하고 직관적인 언어를 구사해 프로덕트를 쉽게 설명하는 능력'을 공통적으로 요구한다. 카피라이팅은 주로 마케팅(옥외 광고, 잡지, TV 광고 등)이 목적으로, 일반적으로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하고 매력적인 단어들이 무기가 되며, 브랜드나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마이크로카피는 디지털 인터페이스 전반(버튼 문구, 회원 가입 또는 비밀번호 복구 시 제공되는 글 등)에 존재한다. 요약하면, 카피라이팅은 단시간 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 마이크로카피는 메시지를 최대한 오해 없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

03. CTA의 호응 관계를 고려해 오해 없는 문구 만들기

사용자가 무엇인가 취소할 경우 대화 상자(dialog box)가 필요하다. 만약 사용자가 취소하여 이전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버튼명을 '취소'와 '확인'이라고 하면 "행동을 취소하는 것을 다시 취소"하는 동어반복형 메시지가 만들어지고 이는 사용자에게 혼란을 일으킨다. 이러한 동어반복형 대신 사용자가 처한 상황을 명확하게 바꿔보자면, '취소/확인'을 '네, 이주문을 취소할게요/아니요, 그냥 쓸래요'로 변경할 수 있다. 또, 문장이 다수일 때는 가장 위계가 높은 문장과 CTA(Call To Action)를 호응 관계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는 페이지를 훑듯이 보기 때문에 메인 문장에 핵심을 담아야 한다.

 

아래는 본인이 직접 토스의 대화 상자를 토대로 간단히 분석해보았다.

 

이미지 출처: 토스 (간편 인증/자동이체 예약)

좌측 이미지

1. 간편 인증을 켤까요? (물음)
2. 다음부터 인증 없이 주식 탭을 쓸 수 있어요.
주식 거래 같은 중요한 단계에는 인증이 필요해요. (대화형-설명)
3. 정보 보호를 위해 간편 인증이 해제될 수 있어요 (대화형-설명)
4. 해제이유 보기 (명시형-설명)
5. 다음에 / 켤게요 (CTA)

우측 이미지
1. 자동이체 예약 (행위)
2. 지금은 은행망 점검 시간(23:49~00:11)으로 거래가 불가합니다.
점검이 끝난 후 송금할 수 있도록 예약하시겠습니까? (대화형-설명)
3. 취소 / 예약 (CTA)

위 대화 상자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1번으로 사용자의 클릭에 따른 결과를 나타낸다. 대화형/명시형의 설명은 1번 문장을 도와주는 정보이며, CTA 문구인 4번 문장은 1번 문장에 대한 답변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또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큰 대화 상자이기 때문에 부정성이 강한 '아니요'보다는 '다음에'를 사용했다. 만약 CTA 문구를 1번 문장과 호응성이 맞지 않게 작성한다면, 사용자 행동에 대한 직접성이 떨어지게 된다.

04. 쉽고 단순하게, 대신 정확하게 설명하기

전문용어, 어려운 표의 사용은 사용자에게 진입장벽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 요소이다. 마이크로카피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사용자가 어려움을 겪거나 물음을 가질 법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중고 직거래 서비스 당근마켓의 '매너온도'로, 당근마켓 사용자들로부터 받은 칭찬이나 비매너 평가 등을 종합한 사용자 매너 점수표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개념을 설명하지 않으면, 사용자의 머릿속에는 해당 기능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당근마켓은 '매너온도는 1)당근마켓 사용자로부터 받은 칭찬, 후기, 비매너 평가, 운영자 징계 등을 2)종합해서 만든 매너 지표에요.'라며 서비스의 핵심 요소를 설명했다.

 

마이크로카피에서 단어는 적을수록 좋고, 문장은 짧을수록 좋다. 사용자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정보를 습득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개념을 단순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긴 설명글은 감출 것.

 

 

05. 심리적 거부감을 낮춰 다가가기

홈서비스 앱 미소는 마이크로카피와 채팅 기능을 통한 가사도우미 예약을 돕는다. 대화 방식을 통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 받는 다는 느낌을 감소시켜, 사용자가 행동을 완수할 확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또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는 말풍선 '회원님이 선호하시는 태그여서 관련 작품들을 모아봤어요:)'과 액션시트에 대화형 마이크로카피를 녹여 사용자의 심리적 저항감을 낮춘다. 문장 끝에 삽입된 ':)' 이모티콘은 서비스의 톤앤매너를 드러내 사용자와 인터페이스 간 커뮤니케이션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영화 상세페이지에서 사용자가 '관심 없어요'를 클릭했을 때 '이 작품은 이제부터 추천해드리지 않을게요.'라는 카피서비스가 자신의 행동을 공감해준다는 인상을 받는다.

06. 브랜드에 적합한 말투, 보이스 앤 톤

스탠퍼드 대학교 클리포드 나스 교수에 의하면 '우리는 인터페이스를 사람처럼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마이크로카피를 소리 내어 읽어보면, 말하거나 듣기에 적절한 문장이다. 문구에 말투가 생기면 자연스레 지식수준, 유머, 속어 사용 여부 등이 결정되며 이러한 요소를 통해 타깃 사용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일관성 있는 말투를 통해 브랜드는 고유한 캐릭터를 갖게 된다. 마이크로카피는 브랜드가 가진 미션, 가치, 타깃 고객을 염두에 두고 보이스 앤 톤을 디자인해야 한다.

 

  • 당근 마켓 : 해지되었습니당 → 조금은 장난스러울 수 있는 말투로 친근함을 나타내며 '~당'은 브랜드 이름의 앞글자를 연상시킨다.
  • 토스 : 이체내역에서 숫자를 확인했어요 → 금융 서비스 답게 신뢰감이 느껴지는 보이스 앤 톤을 유지한다.
  • 지그재그 : 별점 남기러 가기 / 아니 귀찮아 → 시크한 20대 여성의 보이스 앤 톤이 느껴진다.

07. 사용자를 안심시키는 말투

서비스를 이용하며 사용자는 비밀번호를 잊거나, 계정이 휴면 상태가 되는 경우를 겪는다. 이 때, 너무 딱딱하거나 명령하는 말투로 인터페이스가 구성된다면 계속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사용자가 부정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 대화하듯 차근차근 문제 해결 방법을 제안하자. 마이크로카피는 앱이나 웹사이트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의 모든 접점에서 활용된다. 퍼블리는 사용자의 마음을 배려하고, 당근 마켓과 토스는 브랜드와 사용자 간 신뢰 관계와 감성적 연결고리를 생성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 퍼블리 : 걱정마세요! 저희도 가끔 잊어버린답니다. → 임시 비밀번호 발급/재설정 메일
  • 당근마켓 : 당근마켓은 휴대폰 번호로 가입해요. 번호는 안전하게 보관되며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아요. → 로그인/회원가입
  • 토스 : 은행에서 문자가 가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계좌 등록

08. 빈 페이지(empty veiw)에서 만난 마이크로카피

빈 페이지는 사용자에게 부정적 감정을 주기 때문에 마이크로카피를 이용해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잘 만든 빈 페이지는 해당 페이지가 나타난 명확한 이유를 사용자에게 알려주고, 사용자가 이 곳을 벗어나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안내한다. 마이크로카피와 시각적 장치를 이용해 공감이나 유머를 더할 수도 있다.

 

  • 마켓컬리 : 아직 구매한 상품이 없습니다. '베스트 상품 보기' CTA를 통해 다음 행동에 대한 안내
  • 스타벅스 : 장바구니가 비어있습니다. CTA 대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사용
  • 뱅크샐러드 :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산 추이 그래프 기능이 잠시 중단됩니다. 개선 영역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사용

09. 클릭률을 높이기 위한 심리적 트리거 활용

어떤 서비스들은 온보딩에 소셜프루프(social proof, 사회적 증거)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숫자가 전달하는 객관적인 느낌은 효과적인 기준을 마련해준다. 극적인 수치의 대비는 서비스를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신뢰를 주기도 한다.

 

  • 미소 : 200만이 선택한 홈서비스 미소
  • 토스 : 토스는 안전합니다. 누적 다운로드 4,000만, 누적 보안사고 0건
  • 보맵 : 보맵에서 총 217,395건을 청구 완료 했어요. 

10. 마이크로카피에서 고려되어야 할 CTA

CTA는 가장 중요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요소로 사용된다. 대부분 버튼 타입으로, 보통 페이지 내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영역이다. CTA에서 '수행할 일'로 쓰이는 문장은 관습적이지만, 사용자에게 행동을 강요할 뿐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얻게 될 가치'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면 유저는 자신과 관련성이 높은 정보로 받아들이고, 얻게 될 가치가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유저의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문장이 길어져도 괜찮다.

 

  • 밀리의 서재 : 첫 달 무료로 시작하기  클릭 트리거(clilck trigger) 전략 중 '무료'라는 가치
  • 카카오페이 : 자동투자 1분 만에 신청하기 → 클릭 트리거 전략 중 속도를 내세움
  • 지그재그 : 상품 가격 범위 설정에 따라 상품 수가 달라지는 요소  정확하게 검색하고 있다는 가치를 느낌

*해당 글은 PUBLY의 김성연 저자님의 <매일 쓰게 되는 앱은 뭐가 다를까? 답은 '카피'에 있다>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매일 쓰게 되는 앱은 뭐가 다를까? 답은 '카피'에 있다

토스, 당근마켓, 지그재그 등 잘나가는 앱들이 고객 경험을 고려하여 설계한 마이크로카피(UX 라이팅)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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